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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5 13:02





저 : 안승철  / 출판사 : 궁리출판사

필자의 사촌동생 중 초등학교 4학년짜리 여자아이가 있어 잠시 수학 공부를 봐 준 적이 있다.

문장식 문제를 풀다가 몇 개의 물건을 몇 명에게 나눠줘야 할까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서 막힌다. 오히려 앞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했는데 예상 못한 부분이 막히네. 그래서, 너에게 공책이 6권이 있는데 3명에게 나누어 준다. 그럼 몇 개씩 나눠줘야 되지? 그랬더니. 2개! 하고 쉽게 맞춘다. 그래서 똑같이 18명의 아이들에게 공책 54권을 나눠주려면 한 사람당 몇 개를 나눠주면 될까? 하니까 대답하지 못하고 낑낑댄다.

숫자만 좀 클 뿐이지 똑같은 문제인데. 좀 전의 문제는 어떻게 풀었냐고 물으니, 몰라! 이런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이는 나눗셈에 대한 정확한 원리는 알지 못했지만, 작은 숫자의 문제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경우는 초등학교 학부모라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누구든지 이러한 시기를 거쳐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을 절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법. 아이들이 이런 기본적인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으면 그것도 못하냐!며 핀잔을 주기 일쑤인 어른들이 많을 것이다. (필자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 아이들이 수학을 어려워하는 이유에 대해 무지한 어른들을 일깨워 주는 강연이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열렸다. 『아이들은 왜 수학을 어려워할까』의 저자 생리학자 안승철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이 수를 받아들이고 이를 내면화하는 과정은 다분히 생물학적이다. 생물학적이란 뜻은 수학적 성숙을 위한 아이들 나름의 시계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특출한 영재나 천재가 아닌 다음에야 이 시계는 아이를 둘러싼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 (중략) 하지만 가끔씩 부모들은 균형감각을 상실한다. 속도를 바꿀 수 있다는 데 더 무게를 두고 생물학적 과정을 경시한다. 아이들은 이 과정에서 상처를 받는다. (p.13-14)

아이들이 처음으로 수학을 접하는 것은 숫자세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숫자세기는 수와 그를 지칭하는 말을 배우는 과정인데 이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과정이라고 한다.

어른들은 이미 옛날에 졸업했으니 그 과정의 어려움을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세기’는 수를 나타내는 말을 습득하는 과정부터 어렵다. 자연수 체계는 십진법에 근거하므로 우리말일 경우 수를 나타내는 말을 일단 10까지만 습득하고 나면 그 다음은 무척 쉬워지지만 아이들이 그러한 규칙을 찾기는 어렵다. 외워야 할 대상이 늘어남에 따라 실수도 당연히 따르게 마련이다. 세기를 막 시작하는 아이들이 순서를 틀리거나 빼먹거나 거꾸로 세지 못하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다. (p.69)

처음에 아이들은 손가락을 사용해 수세기를 시작한다. 이것이 점점 발전하여 기억에 의존해 수를 세고 연산을 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을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이라고 한다. 연산과정을 기억하고 잠시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 아이들은 아직 작업 기억 능력이 완전히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연산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한편,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정신적 수직선의 모양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눈금이 일정한 어른들의 그것과 달리 숫자가 커질수록 눈금이 촘촘하다. 그래서 숫자가 커질수록 아이들의 숫자 감각은 약해진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아직은 수세기, 수에 대한 감각과 개념이 제대로 탑재되어 있지 못하다. 그런데 이 과정은 우리가 생각하듯 간단한 게 아니라 생물학적 성숙 또는 뇌의 발달 과정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고, 아이들마다 성장과정도 다르기 때문에 빠를 수도 느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너무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아이들의 수 감각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아래와 같이 해보면 좋다.

수 감각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1.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볼 것. (사물과 연관해 물어보라)
2. 수를 세는 것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
3. 예측(어림)을 강화하라. (머릿속으로 상상)
4. 수직선에 자주 노출시켜라
5. 생활 속에서 배울 수 있도록 한다. (물건사기, 네비게이션 등)
6.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7. 놀이를 통해 수학적 개념을 세워준다. (주사위 놀이, 보드게임 등)

예전에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해리가 떠오른다. 해리가 수학에 약한 것을 걱정한 해리 엄마가 해리가 신애와 관련한 일에 민감한 것을 이용해서, 해리의 수 감각을 키워주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빵 10개가 있었는데 그 중 신애가 4개를 먹었다. 그럼 남은 빵의 개수는?’ 뭐, 이런 식이더랬다. 그때는 다들 희한하게 아이를 가르친다고들 했는데, 지금 보니 해리 엄마의 교수법이 완전히 엉터리는 아니었나 보다.

아이들이 수에 대한 감각을 기르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수’를 구체적인 실체로 바꾸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오로지 기호로만 표시된 수를 실체가 있는 구체적인 사물로 만들어 주면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 또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것은 언제나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초등학교 1-3학년의 문제 대부분은 수직선과 그림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연산과 문장식 문제, 어떻게 알려줄 것인가

연산의 경우 기계적인 반복을 피하고 의미를 더할 것을 주문했다. 가령, 연산을 할 때 세로식에 이미 익숙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세로식을 강조한다. 세로식은 자릿값이 있어 푸는 패턴 정해져 있어 기계적인 반복이 될 수 있다. 문제를 푸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기에 한가지 방법을 강조하기 보다는 의미를 파악하고 수학적 개념을 파악할 수 있도록 주력한다.

문장식 문제의 경우 시각적으로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 문장식 문제를 독해력이 떨어져 못 푼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것은 일부만 맞는다. 사실 독해력보다는 상황을 떠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것이다.

수학 발달과 함께 고려해야 할 신경학적 요소

전두엽과 뇌들보(좌뇌와 우뇌를 연결해주는 신경회로)의 발달은 느리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는 좌뇌와 우뇌의 유기적 협력이 어렵다. 뇌의 신경회로는 끊임없이 정리되어 효율적 회로를 만들게 되는데 뇌들보의 성숙은 12세 이후에나 끝나게 된다고 한다. 또 12살이 되면 뇌의 회백질이 줄어들고 백질은 증가하는데 회백질이 줄어들면서 머릿속이 정리되어 좀더 합리적이 된다. 그리고 아이들의 좌우 반구 중 주로 사용하는 부분은 정해져 있고 좌우 반구의 소통 정도도 아이마다 다르며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선행학습, 해야하나?

안승철 저자는 선행학습이 나쁜지, 좋은지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선행학습을 시킨다면, 그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어떤 경우라도 그 목적이 아이들의 학습을 위한 것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목적이 분명하다면 선행학습을 할 경우의 기회 비용을 따져보고 아이가 할 수 있는 수준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선생님과 부모의 태도

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과 부모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빠르고 정확한 답만을 요구할 뿐 아이가 답을 찾도록 돕지는 않고, 아이들에게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자신이 무능하다고 느끼게 된다고. 그러므로 선생님과 부모는 아이들을 끊임없이 격려해 아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교과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배워야 하는 이유, 즉 의미를 주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들은 부모가 보내는 것이라면 아주 미세한 신호라도 놓치지 않는다. 부모가 ‘공부는 남들과 경쟁해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라는 신호를 보내면 아이들은 전투태세에 돌입한다. 전투에서 지면 벌이 엄하니 긴장을 하게 되고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공부하게 된다. 공부 이외의 것은 안중에도 없다. 예절도 없고 상식도 없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공부 잘하면 모든 것을 눈감아준다. 하지만 부모가 ‘공부는 모르는 것을 배우는 과정’ 이라는 신호를 보내면 아이들은 그에 맞게 반응한다. 당장 배워야 할 학교 수업도 수업이지만 더 많은 독서와 체험을 통해 배움 자체를 즐길 수 있을지 모른다. 넓은 교우관계를 맺을 수 있고 여러 체험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공부가 없을 것이다. 여러분이라면 부모로서 어떤 신호를 보내겠는가? (p.194)

초등학생 딸을 둔 학부모로서의 관심과 의문에서 출발했다는 저자의 설명대로 학부모라면 공감할 만한 예시가 풍부한 강연이었다.

출처 : http://www.yes24.com/chyes/ChyesView.aspx?title=003004&cont=5282

Posted by 생각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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